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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도권만으로 나라 발전할 수 있나
[기고] 수도권만으로 나라 발전할 수 있나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수도권 출신 여야 국회의원 10명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완전 폐지,
여당 의원 11명은 한시적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반해 비수도권 여야 의원 11명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구성 위원 가운데
비수도권 광역단체장을 포함시키는 규제완화 반대 법안을 제출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존속 여부가 핵심 이슈로 부상된 셈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의 과밀화와 비대화를 억제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1982년 제정되었으나 그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고
규제가 완화돼 유명무실해졌다.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재임 중이던 1997년 10월 부산상의는
당시 3당의 대통령 후보를 초청하여 토론회를 가지면서,
수도권 억제와 국토균형발전, 선물거래소 부산 설립 등을 공약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다시 개정해
균형발전의 시금석을 마련했고, '수도권 기업 지방이전 촉진대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수원사업부를 확장하는 대신 광주에 가전 사업을 보냈고,
나머지 제품 공장을 충남 탕정에 건설했다.
부산은 지금의 한국거래소 본사 부산 유치의 계기가 된 선물거래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지역경제에 활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번에 발의된 폐지 법안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한다'는 단 한 줄이 전부다.
수도권규제를 일부 완화하자는 내용도 아니고 아예 법률을 폐지하자는 발상은
비수도권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런던과 파리, 도쿄를 사례로 거론해 왔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메가시티로 육성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런던은 1938년부터, 파리는 1955년부터, 도쿄는 1956년부터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을 펴오면서 지방발전 정책을 병행해 왔다.
그러다 영국과 프랑스는 1980년대 들어서야 규제를 일부 완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01년 국토백서를 통해 균형발전 정책을 폐지하고
수도권 공장제한 조치를 철폐하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규제가 강화된 1999년 이후 20년도 되지 않았으며,
실효성 있는 지방발전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지사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회가
"헌법적 가치와 국가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토면적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의 49.3%, 경제활동 인구의 50.4%,
전국 경제력의 3분의 2가 집중돼 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금액은
수도권이 63.5%인 395억 8300만 달러로 비수도권의 두 배에 달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 폐지된다면 수도권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방 산업단지에 투자하기로 했던 기업들도 수도권으로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부산의 경우 강서 지역에 국제산업물류도시, 에코델타시티가 조성 중이고,
해운대구 재송·반여·반송동 지역에선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가 국토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부산의 산업지형이 바뀌어 가면서, 동남경제권이 국내 제2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이다.
그런데 수도권정비계획법이 폐지된다면 힘겹게 조성한 산업단지가
공동화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부산일보 2016년 7월 14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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