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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래소 부산 본점 명시돼야 한다
[기고] 거래소 부산 본점 명시돼야 한다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한국거래소(KRX)가 지주체제 전환과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성장하려던 꿈이 흔들리고 있다.
19대국회에서 무산되었던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대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면서 ‘지주사 본점을 부산에 둔다’는 조항이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법률 부칙 제15조 4항에는 ‘거래소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라고 명문화되어 있으며,
19대국회 때 발의된 개정안에도 ‘지주회사와 자회사 본사는 부산에 둔다’라고 명시되었었다.
그런데 19대국회 막바지에 일부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지주회사 본사든 자회사 본사든 본사 소재지를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개정안 처리에 반대했고,
이 바람에 결국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고 말았다.

20대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본점 소재지와 관련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거래소 지주회사 본점을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금융중심지로서 파생상품시장 등 자본시장에 특화된 지역에 둔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은 파생상품시장 중심의 부산 금융중심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결국 ‘지주회사 본점을 부산에 둔다’라고 해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소재하는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역이면
본점을 어느 지역으로도 옮겨갈 수 있는 변동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

실지로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 제5조에는 복수 금융중심지 지정이 가능하고,
심의는 3년마다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률 시행령 제4, 7조에는
광역지자체 어디라도 필요에 따라 금융중심지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두었다.
여의도 지역이 금융중심지인 서울은 광화문 일대를 금융중심지로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북도 금융중심지 지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측은 부산이 국제금융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본점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금융관련 기관이 밀집한 서울로 떠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
총선이나 대선 때 수도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거래소 본점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
법을 고치지 않고도 떠나버릴 수 있는 게 아닌가.

1996년부터 시행된 선물거래법에 따라 1999년 한국선물거래소가 부산에 설립되었고,
선물거래소와 증권거래소 통합을 규정한 2005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에도
본점을 부산에 둔다고 명시되었다.
자본시장 관련 6개 법률이 통합된 2007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도
본점을 부산에 둔다고 명문화되었다.
거래소가 민간기업과 다름 없는 주식회사이므로 소재지를 특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거래소는 법률상 영리행위가 제한되어 있는 공공성을 띤 조직이다.
더구나 한국선물거래소가 부산에서 출범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한국거래소 본점을 부산에 둔다는
지난 12년 동안의 법률 규정을 감안하면 거래소 본점 소재지를 부산으로 명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 합의한 모든 파생상품들의 부산 일원화는 12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고,
부산 이외 지역에 거래소 설립을 금지하는 거래소 설립 법정주의도
2013년 정부의 허가주의로 변경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은 ‘거래소 본점 부산’이라는 허울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제 자본시장법 재개정안이 통과되면 ‘본점 부산’이라는 간판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코스닥시장의 자본조달 확충이 법 개정안의 원래 목적이라면 지주회사로 개편하기보다
코스닥시장을 분리하여 한국거래소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국회는 선물거래소 설립 이후 20년 가까운 부산 본점 조항을 없애려 하지 말고
육성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재임 당시 선물거래소 부산 유치에 앞장섰던 필자로서는
부산을 국제금융도시로 발전시키려는 부산 시민들의 염원과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국제신문 2016년 8월 25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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