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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체거래소 설립 서두르면 안돼
대체거래소 설립 서두르면 안돼 /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던 1990년대 후반 신설되는 한국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유치했다.
당시 정부 고위 관료들 가운데도 "어찌 부산에 갈 수 있겠느냐"며 반대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선물거래소는 2011년 파생상품 거래량이 세계 1위에 달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 후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통합돼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자리 잡게 됐는데
현실은 시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거래소의 주요 기능이 서울에 남아 있으니 부산에 있던 선물회사들이 대거 서울로 옮겨가고 말았다.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일부 금융 공공기관이 부산에 옮겨 왔으나
아직은 지역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 위치한 한국거래소와 `부산 금융중심지`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지원은 커녕 툭하면 흔들기 때문이다. 민간기관인 한국거래소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했다. 2015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으나 여전히 공직유관단체로 남아 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했고 금융위원회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시장 육성과 거래소 발전을 위한
자율적 시도는 요원한 일이었다.

최근에는 전북 전주를 `제3 금융 중심지`로 지정하려다 무산됐다. 지정된 지 10년이 지난 부산도 뿌리를 못 내리고 있는데
기관 몇몇으로는 여건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부산의 경우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일부 기관의 이전이 거론되더니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체거래소 설립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소위원회를 통해 검토할 예정이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야당 의원의 국회 질의에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답변했다. 대체거래소란 정규 거래소의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하는
증권거래시스템(ATS)을 뜻한다. 최소 자본금 500억원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특화된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대체거래소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이 가능해졌고, 2017년 규제 완화로
시장 전체의 15%, 종목별 30%까지 거래량 한도가 확대됐다.

ATS가 설립되면 거래소 수익이 줄어들고 지방세수도 감소한다. 금융 중심지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수료 수입의 최대 3분의 1가량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형주에 편중된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기존 거래소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한국거래소가 공익을 추구한다면
대체거래소는 사익을 추구해 문제점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ATS가 도입된다면 시장의 안정성·효율성·건전성 및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밝힌 바 있다. 거래소 독점체제에서 시행되던 수수료 심의를 경쟁체제에서는 규제 명분이 없어졌는데도 유지해서는 안 되며, 경영 협약과 규정 승인 과정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호가 단위의 과도한 축소나 매매거래시간 연장은 비효율적이며 통합 청산과 통합 시장 감시 기능을 도입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기존 거래소는 규제에 묶어두면서 대체거래소에는 자율을 허용하는 불균형이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아시아 지역의 대체거래소 비중이 왜 낮은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 설립이 확실한 대체거래소를 굳이 추진한다면 올해 말 출범할 미국의 14번째 거래소처럼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특화하는 방안도 연구할 만하다. `부산 금융 중심지`가 안착할 때까지 한국거래소 육성에 힘쓰면서 대체거래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123조의 정신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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