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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홍콩 금융기관 유치 위한 금융특구 만들자
“홍콩에서 탈출하는 금융기관을 부산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30여 년간 부산시민이 기다려왔던 국제금융중심지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제2도시 부산의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부산은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지난해에는 10주년 기념식까지 했다. 문현동에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건물이 우뚝 서 있다. 그러나 이름만 금융중심지일뿐 지금까지 부산으로 이전한 외국계 금융기관·기업은 없다시피 하다.

부산시는 오래 전부터 BIFC 63층 공간의 무상 제공과 감세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놓고 홍콩 금융기관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관·재계와 시민단체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뉴욕·런던과 함께 3대 국제금융중심지인 홍콩의 외국 금융기관들은 관심을 나타내기만 할뿐 선뜻 부산 입주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도시의 조건보다 부산의 인센티브가 나을 게 없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강국을 꿈꾸는 일본만 해도 홍콩의 금융 인프라를 도쿄로 유치하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섰다.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이미 오래 전 세계적 금융허브가 된 곳이다. 싱가포르는 필자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있을 때 부산시민과 함께 힘을 합쳐 어렵게 유치한 부산 선물거래소(뒤에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한국거래소 본사가 됐음)의 모델이 된 곳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이미 싱가포르 전체 재정수입의 40%가 선물거래소에서 나오고 있었다. 중국도 홍콩의 대체지로 선전이나 상하이를 계획 중이다. 대만도 홍콩 금융기관 유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나라나 도시와 경쟁해야 하는 부산의 국제금융지수 순위는 지난 3월 기준 51위다. 외국 금융기관이 매력을 느끼고 스스로 찾아오게 할 여건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금융중심지법은 조성과 관련된 최소한의 형식적 조항만 있고 금융중심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행정기구나 전문인력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법 제정에 따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법을 고쳐서라도 금융중심지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금융특구가 가장 효율적이지 않나 싶다. 부산이 그동안 끊임없이 노력해왔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산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영 환경은 물론 외국인의 주거·교육·의료에도 법적으로 편의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편의시설은 일본이 최근 홍콩 금융기관 유치를 위해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지원책에도 포함돼 있다. 부산이 금융특구가 되면 안정된 기반 위에서 금융인프라를 확충해 동북아 국제금융중심지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부산에 새로 설립된 국제금융진흥원이 홍콩의 글로벌 금융회사의 부산 유치를 공표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새로운 움직임 못지 않게 금융중심지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과 정책적 관심이 절실하다. 부산 금융중심지에 금융특구를 조성하자는 주장은 비단 홍콩 금융기관 유치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름뿐인 부산 금융중심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만 해도 본사는 BIFC에 두고 있지만, 주요 업무와 기능은 여의도 서울 사옥이 가져갔다. 매년 채용되는 신입사원의 출신 지역 비율도 부산이 수도권보다는 훨씬 낮다.

금융중심지와 금융특구는 동남권 발전은 물론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정부와 여야는 물론 금융기관·단체들이 부산시민의 오랜 염원을 외면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2020.07.26. 국제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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