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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은·수은 유치, 부산 금융도시의 초석
[기고] 산은·수은 유치, 부산 금융도시의 초석
/ 강병중 넥센타이어·KNN 회장

1990년대 초반 부산 경제는 빈사 상태였다. 합판 산업은 무너졌고, 신발을 제조하던 대기업은 몰락했으며 중소기업은 해외로 이전했다. 그즈음 부산상의 회장직을 맡았던 필자는 상공인, 시민단체와 함께 삼성자동차 유치 운동에 나서 오늘날의 르노삼성자동차가 부산에 자리 잡게 하였다. 자동차 산업은 고용 창출과 함께 기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것 만으로는 부산 발전에 역부족이었다. 부산·울산·경남 기업인들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기업 경영을 원활하게 하려면 부산이 금융 중심지가 되어야 했다. 마치 일본 간사이 지방의 중심 도시인 오사카가 수도 도쿄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금융 산업이 발전했던 것처럼. 나아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국제적 금융도시가 되길 소망했다. 금융은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고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다.

신설된 선물거래소를 유치해, 그 후 증권거래소와 통합한 지금의 한국거래소(KRX) 본사가 부산으로 오게 되었다. 이어 2009년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되었고, 문현 혁신지구에 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섰다. 그러나 몇몇 금융 공기업이 부산으로 왔지만 허울뿐이었다. 핵심 역할은 서울에 남겨두었고,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국내 증권사 이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22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을 법제화하겠다고, 최인호 전재수 의원은 핵심 기능을 서울에 남겨둔 채 지방에 ‘꼼수 이전’하는 전례를 방지하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했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나 산업자금을 조달 공급하는 국책은행으로 정원이 3323명이나 된다. 수출입은행도 수출입, 해외투자, 대외경제협력기금 업무를 담당하며 해외현지법인과 국외사무소를 여러 곳에 두고 있다. 정원도 1000명이 넘는다. 규모가 크고 역할이 막중한 국책은행이 온다면 우수 인력이 유입되고 연관 민간 금융기관도 부산으로 이전할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 20년 전 조흥은행 본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선결 조치로 영남본부를 부산에 설립했으나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던 아픔을 씻을 수 있겠다.

그런데 두 국책은행의 부산 유치는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여당 대표의 발언 이후 여러 지방 도시에서 공공기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제3 금융도시로 검토 중인 전북 전주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직원들도 술렁인다는 소식이다. 자녀 교육이나 문화, 생활편의시설이 우월한 서울을 떠나지 않으려는 것이다. 수도권의 여론이나 정치권의 반응도 큰 변수다. 가덕도에 국제공항을 건설하려고 했을 때 예산 낭비라며 매몰차게 대하지 않았던가. 중앙 정부기관이 이전한 세종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시는 내년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을 앞두고 지난 9월 부산에 소재한 9개 금융기관과 함께 금융단지 활성화를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금융 인력이 현재의 1만 7000명에서 2028년 5만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시의 포부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렇다면 치밀한 전략과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가 절실하다. 부산시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이외에도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무역보험공사 등 10여 개 기관을, 심지어 민간 기관까지 유치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들 기관이 모두 부산에 온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뜻대로 되기는 어렵다. 우선 유치 기관을 택하고 왜 부산으로 옮겨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은 물론, 상공계,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옮겨올 기관의 직원들이 서울 못지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자녀 교육, 주거 등 인프라 구축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아온 국토균형발전의 기회, 부산 국제금융도시의 꿈이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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