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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와 동남경제권 발전

 
<2012년 3월 7일 부산대 경영대학 소식지 ‘효원경영’ 제2호>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임진년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11일에 상대 시.도
청사로 출근해 하루 동안 역할을 바꿔 교환근무를 했다. 그런 뒤에  17년을 끌어온 신항의 경계구역 조정에 합의했고, 시.도 범위를 벗어나는 광역교통을 협의하는 교통본부도 설립하기로 했다. 두 시.도가 동남권신공항, 남강물 및 광역상수도 등의 문제로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상대방 입장에서 살펴보고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시장.도지사의 교환근무는 지난 2008년 여름에 일본의 오사카부 교토부 시가현 등 3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배를 타고 일본 최대의 호수이자 명승지인 비와호를 둘러보면서 호수 물을 떠서 함께 마셨던 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일본 정부는, 시가현의 비와호에서 시작돼 교토 오사카 등지를 거쳐 흐르면서 관개와 상수도·공업용 수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도가와 강에 댐을 여러 개 건설하려고 했는데, 3명의 지사는 지자체의 이해가 서로 상충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댐의 건설을 저지하는 등 정부에 공동 대응했다. 
그러고 나서 2년여 후인 2010년 12월, 간사이지방의 광역지자체들이 모여 부현(府?)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무를 처리하는 광역행정조직인 간사이광역연합을 전국 처음으로 출범시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지방행정의 대개혁’이라고도 불리는 이 연합에는 단체장들이 함께 호수 물을 마셨던 오사카 교토 시가를 포함한 2부 5현의 7개 광역지자체들이 참가했다.


사실 간사이광역연합의 출범을 선도한 것은 간사이지방의 경제계였다. 말을 바꾸면 광역연합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가 경제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일본의 두 번째 대도시인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는 한때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 즉 수도권과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물류 돈 정보가 도쿄 등 수도권에만 모여드는 도쿄일극집중으로 인해 간사이 대기업들이 도쿄 부근으로 자꾸 이전하는 바람에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수도권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간사이광역연합의 목적은 이같은 지역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이자, 도쿄 한 곳만 번성하게 만드는 중앙집권체제 및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계가 앞장을 섰지만,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광역연합을 준비하는 상설조직 ‘간사이광역기구’를 만들어놓고 경제계와 지자체, 또 지자체들끼리 계속 협의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혀나갔다. 마지막 단계에서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한 주역은 해당 광역지자체의 지사들이었다.  비와호 물을 마셨던 야마다 게이지 교토부지사는 요도가와 강의 댐 문제로 시가 교토 오사카 등 3개 부현이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합의했던 좋은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광역연합이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민감한 문제를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풀어나간 것이 계기가 돼 인근 지방끼리 결속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부울경의 동남경제권이 상생 발전해야 한다는 큰 명제에 대해서는 3개 지역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또 그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이르면 상당히 복잡해진다. 사안별로 입장이 다르고, 이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울경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서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낼 만한 상설조직이나 구심체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덩치가 작은 지자체들이 힘을 쓰기 어렵다. 인근 지자체들끼리 광역경제권을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높이며, 동반 성장을 해야 한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부울경특별시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부울경이 행정개편을 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 하나로 뭉쳐야 하고, 당장 행정개편이 어렵다면 관광 환경 등 쉬운 것부터, 정신적인 것부터 힘을 합쳐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울경이 합치면 800만이다. 뿌리가 하나인 800만명의 인구라면 현재 서울특별시 인구와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동남권이 타지역에 의존하지 않고도 혼자 힘으로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되고, 수도권은 물론 중국 상해광역경제권이나 일본 간사이광역경제권과도 경쟁하는 그런 지역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남경제권의 발전방안 모색에 앞서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수도권 집중과 이에 대한 규제이다.
우리 속담에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서울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있다. 수도권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1960년에만 해도 20.8%에 불과했으나, 1970년 28.3%, 1980년 35.5%, 1990년 42.7%, 2000년 46.2%가 되더니 현재 49%를 넘겨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수도권 인구 집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비해 동남권은 1960년엔 16.7%로 수도권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매 10년마다 15.8%, 17.3%, 17.1%, 16.5% 등으로 큰 변화 없이 이어지다가 지난해 11월 현재 1970년과 똑같은 15.8%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서울을 견제하지 않고는 동남권을 포함한 비수도권이 제대로 발전을 할 수 없게 됐고, 자칫하면 비수도권의 경제 전체가 힘없이 와해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도권 정치권과 지자체 등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수도권의 집중화·비대화를 막고 국토를 균형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허물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공장 및 대학의 신·증설과 대규모 개발사업 등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아직 살아있지만, 수도권 규제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풀리면서 공장이 하나씩 들어서고 수도권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만일 이 법마저 없어진다면 지방경제의 위축이 가속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수도권에서 규제완화 주장이 나오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지역이 충청과 호남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덕분에 기업과 첨단산업을 대거 유치해왔는데, 그 기반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로 지방이 덕을 본 대표적 사례가 충남 아산시 탕정과 광주다. 삼성전자는 본사가 있는 수원 인근에 공장을 증설하려 했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에 큰 공장을 더 이상 짓지 못하게 되자 반도체 분야는 탕정으로 가서 138만여평에 공장을 지었고, 생활가전(백색가전) 공장은 광주로 보냈다. 이 때문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주었다.
부울경은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수도권 기업이 쉽게 내려오지 못해 수도권 억제에 따른 혜택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라 전체로 보면 수도권을 계속 묶어놓았기 때문에, 1980년대 후반에 매년 30만명을 넘었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만명 이상이었던 수도권의 한 해 유입인구를 5만명 안팎으로 줄여 수도권 집중을 조금이나마 견제할 수 있었다.


수도권의 주장은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이 수도권 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수도권의 발목을 잡고 있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의 수도권 인구집중률도 각각 20%, 30%대에 머문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정권이 들어선 뒤, 수도권을 억제해도 기업들이 지방이 아닌 동남아 등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이유로 50여년간 유지됐던 ‘기성시가지 공장제한법’과 ‘공장재배치 촉진법’을 2002년과 2006년 각각 폐지했다. 그 결과 도쿄 집중이 더 심해졌고, 간사이광역연합이 출범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부울경은 뿌리가 같고 역사 문화 생활 사회 경제까지도 이어져 있기 때문에 하나로 합칠 수 있다. 특히 부산.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 역할이 중요하고, 부산.울산.창원 상의회장 등 상공계 인사들도 앞장서서 공동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동남경제권의 대학들도 달라져야 하고, 그 가운데서도 부울경 중심대학인 부산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오사카부 지사는 도쿄도 지사를 만나 오사카가 부수도라고 주장하며 수도 기능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쿄도 지사도 부수도라고 평가했다. 지금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광역연합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미니국가’ 쪽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듣는다.  
우리 동남권은 수도권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지 않을 만큼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부산시장이 서울시장에게 부산은 부수도이니, 수도 기능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하면 서울시장은 어떤 답을 할까?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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