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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학당과 기업인 사회환원

<2012년 9월 25일 국제신문 CEO칼럼>


이달 초순에 통영에 신축된 동원중.고 교사 준공식에 초청을 받아 가보고 깜짝 놀랐다. 통영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4만여평의 넓은 부지에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이 4백85억원의 사재를 희사해 지은 초현대식 건물과 시설이 들어서 있었는데, 마치 대학 캠퍼스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통영은 장복만 회장의 고향이고, 동원고의 전신인 통영상고는 그의 모교다. 이 학교가 운영이 어려워져 폐교 위기에 놓였을 때 장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장회장은 학교 다닐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납금을 제때 내지 못해 벌을 선 적도 있다고 한다. 장회장이 학교 운영을 맡은 후 학교는 한 해가 다르게 달라졌고, 12년이 지난 지금은 명문대 합격자를 많이 내는 지역 명문고로 자리 잡았다. 그런 학교가 이번에 최신식 시설까지 갖추게 됐으니, 그야말로 날개를 단 셈이 됐다.
근년 들어 기업의 사회환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업이 직접 후원을 하기도 하고 문화재단 등을 설립해 지원하기도 하는데, 그 분야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기업과 학교 사이도 훨씬 가까워졌다. 필자가 회장과 이사장을 맡고 있는 넥센 계열사와 월석부산선도장학회, 넥센월석문화재단, KNN문화재단도 여러 대학 및 중.고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산학협력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다.
기업이 직접 대학이나 중.고교를 맡아 운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이런 추세는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학교 사정이 예전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 수의 급감이다. 학생 감소로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학교 통폐합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학교로 인한 인구이동도 많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하는 가구도 적지 않고, 소도시에 명문교가 만들어져 지역 전체가 교육도시란 이름을 얻고 인구가 늘어나는 곳도 있다. 지역 발전과 학교 발전이 이렇게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되다 보니, 일선 지방자치단체나 교육기관에서 기업인들에게 지역을 위해 특목고 등의 설립을 권하고 있다. 또 경영이 어려워진 학교를 맡아달라는 부탁도 한다.

필자도 약 20년간 학교를 맡아 나름대로는 아주 의욕적으로 운영을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1980년대부터 고향인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 있던 이반성중의 이사장을 맡아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졸업생들에게는 입학금을 지원하기도 하는 등 큰 관심을 쏟았다. 아내는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부부가 함께 정신적 물질적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농현상으로 인해 한때 600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자꾸 줄었고, 결국 1999년에 인근 반성중과 통합되고 말았다. 그 때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를 졸업한 뒤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들로부터 간혹 안부 편지를 받을 때는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또 필자가 다녔던 초등학교가 이전한다는 말을 듣고 전체 부지를 기증했는데, 나중에 보니 입학생 감소로 결국 폐교가 되고 말아 허탈해 했던 적도 있다. 진주 경남수목원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학생야영수련장이 필자의 모교인 진산초등이 폐교되기 전의 건물이다. 모교는 없어졌으나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는 기업도, 지역도, 학교도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 대내외 교육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 학교는 생존을 하고, 또 발전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대학 진학 등 교육 문제로 청년인구가 대거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지역 전체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기업인들의 학교를 통한 사회환원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동원학당에서처럼 고향 사랑, 모교 사랑이 겹쳐져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는 모범적 사례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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