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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한국 오늘의 베트남

이달 초 부산시와 호치민시(옛 사이공) 자매결연 단의 일원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2박 3일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여행이었다.
출발 전까지 만해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으나 막상 호치민시에 도착한 이후부터 나의 생각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도시는 우중충했지만 자전거와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는 시민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큰 상점에는 한국상품은 물론 서방국가들의 물건 등이 진열돼 있었고 상품간판 역시 낯설지 않았다.
첫날은 공식 의전행사로 보냈다. 이튿날에는 호치민시의 경제현황을 듣고 한국 태광실업 현지공장과 이 도시의 <탄 부안> 공단을 시찰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한눈에 봐도 근면 성실했으며 우리 방문단에 호감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과거의 참전으로 적대국으로 지낸 한국에 대해 새로운 파트너로서 맞이하려는 이들의 자세에서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태광실업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서 불과 20년전 열악한 환경에서 불평불만 없이 꿋꿋이 일해준 우리 근로자들에게서 느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을 다녀와서 나는 까마득히 잊을 뻔한 어려웠던 시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라이따이안(한-베트남혼혈) 근로자들을 보면서 부끄러운 옛날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와 국교수립전에는 천덕꾸러기였으나 지금은 반쪽의 조국이나마 좀 잘산다고 기를 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소 편했다.
지금의 풍요가 공허하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남은 음식을 마구 버려 쓰레기가 사회문제가 되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오늘의 현실에서 어려웠던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자성의 사회분위기가 아쉽기만 하다.

(1995. 3. 28.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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