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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 살려라` 절규 외면하는 국회
[기고] `경제 살려라` 절규 외면하는 국회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위안화 가치 급락은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경제위기는 우리 조선, 해운, 건설경기에 직격탄을 퍼붓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을 덮친 혹한과 폭설 못지않게 세계 경제는 눈보라 속에 갇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화이트아웃' 상태나 다름없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6% 이상 하락했고 원화 가치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은 급감하고 있으니 정말 예삿일이 아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 3%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청년실업률은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최고치다.

지역 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조선, 철강, 화학 업종이 흔들리는 부산 녹산산업단지에는 운영난을 못 견뎌 문 닫은 기업이 부지기수다.
공장 담벼락이나 전봇대에는 '공장 급매·임대'라고 적힌 현수막과 스티커 투성이다.
매물로 나온 공장이 지난해 10월보다 배로 늘어난 300여 개에 달한다.
불과 3개월 새 150여 개 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만큼 위기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노동개혁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지수가 51점으로 세계 평균 61점에 크게 못 미쳤다.
44점을 받은 프랑스는 노동개혁 좌절로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26%에 달해
'경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경제 상황이 이처럼 위중한데도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니 재계와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일 아닌가.

경제가 어느 지역보다 어려운 부산·울산·경남 지역 기업인들은 위기 상황에도
꿈쩍 않는 국회와 정치권에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말 서울 지역 기업인들에게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배출한 부산에서
절박한 경제 현실을 하소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조언도 들었다.

부산·울산·창원 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인 대표 10여 명은 지난해 말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났고,
신년 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문했으며,
며칠 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정의화 의장을 다시 면담했다.
정 의장은 "여야 합의를 촉구하겠으나 직권상정은 안 된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우리가 협조하지 않는 게 아니고 여당이 문제"라고 했다.
여야는 몇 차례 협상에 나섰으나 '기업활력제고법'과 '북한인권법'만 합의한 상태다.
이러다가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부분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부산·울산·경남 상공인들이 국회를 몇 차례 방문하는 과정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은 확산 일로에 있으며, 온라인으로만 동참한 국민이 20만명을 넘어섰다.

나라 안팎의 급박한 형편을 살펴보면 '당랑규선'이라는 고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왕 부차는 월나라를 항복시킨 뒤 주색에 빠져 나랏일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태자 우(友)가 젖은 옷을 입고 오왕 앞에 나타났다.
왕이 태자를 꾸짖자 태자는 "사마귀가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는데,
참새가 나타나 사마귀를 노렸고, 저는 참새를 잡으려다 웅덩이에 빠지고 말았습니다"라고 답했다.
매미를 노리던 사마귀가 자신의 위급함을 모르듯,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잠시 후의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태자는 부왕(父王)에게 우회적으로 간언을 했던 셈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해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에 직면한 우리 국회와 정치권에 "제발 경제를 돌보라"고 호소하고 싶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몰되는 동안 우리 경제와 국민은
IMF 외환위기 때를 훨씬 능가하는 시련의 세월을 맞고 있다.

매일경제 2016년 1월 26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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