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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산금융중심지가 대체거래소보다 더 중요하다
<부산금융중심지가 대체거래소보다 더 중요하다>
/ 강병중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금융지가 뿌리째 흔들릴 위기를 맞고 있다. ATS(대체거래소)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하나둘이 아니다.

첫째는 대체거래소가 얼마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사안인가 하는 의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설립이 불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산금융중심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제대로 연구 조사 분석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금융 발전과 글로벌화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에서도 의구심이 든다.

세 번째는 역대 정부가 강조해왔고, 현 정부의 정치 철학이기도 한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대체거래소는 주식의 매매체결 등 KRX(한국거래소)의 업무를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 거래시스템을 말한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주식 거래를 대체거래소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거래소끼리 경쟁이 되면서 수수료가 낮아지고, 정규 거래시간이 아닌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해지는 등 편리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거래소로 인해 한국거래소를 통한 주식거래는 크게 줄어들고, 수익도 감소할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본사는 문현동 BIFC(부산국제금융센터)에 두고 있으나 주요 업무와 기능은 여의도 서울 사옥으로 가져가 부산은 빈껍데기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런데 그 위상과 역할마저도 축소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직 뿌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부산 금융중심지의 기반마저 뒤흔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선진국에 진입했고,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선진국에는 거의 빠짐없이 글로벌 금융센터를 가진 도시가 둘 이상 있다. 일본에는 도쿄와 오사카가 있고, 영국에는 런던과 에든버러, 스위스에는 취리히와 제네바, UAE에는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복수의 도시 국제금융센터를 통해 서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금융의 분산과 국토균형발전을 함께 이뤄나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거래중단 사태가 발생해 하루 종일 먹통이 되면서 오사카 국제금융도시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돌이켜보면 1999년 부산선물거래소가 문을 열면서 부산은 국제금융도시로서의 출발을 알렸다. 당시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과 단체, 또 부산시민들이 모두 나서 매우 어렵게 선물거래소 유치를 성사시켰다. 선물거래소는 그 뒤에 코스닥·코스피와 합쳐져 한국거래소가 됐다. 부산은 또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그러나 알맹이는 늘 수도권 몫이었고 부산은 이름뿐인 금융중심지였다.

ATS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국내 시장 규모가 협소해서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악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 ATS에 앞서 추진해야 할 것이 부산과 서울을 세계적 국제금융도시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방안이고, 보다 과감한 혁신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특히 홍콩 금융기관들이 중국의 국가보안법 제정과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 등으로 인해 타국에 이전하고 있어 이를 유치하기 위한 금융특구 등의 전략이 절실하다. 홍콩 사태를 계기로 일본은 “세계와 아시아의 금융 허브 지위를 확립하기 위한 큰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하면서 내각과 정치권. 도쿄와 오사카가 모두 나서 홍콩 금융기관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부산 금융중심지는 지난해 말 홍콩 등지에 있던 해외 금융기관이 처음으로, 또 한꺼번에 6개를 BIFC에 유치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ATS 설립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금융의 글로벌화를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토균형발전을 막는 일이 될 것이다.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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